Abstract
본문에서는 『회남자』의 중심 사상 가운데 묵가와 관련 있는 내용을 개괄하고 다음으로 전체 내용에서 묵가 사상에 대한 비판과 수용의 측면으로 대별하여 서술하였다. 여기서 전제해야 할 것은 이 책은 개인의 저술이 아니므로 각 편의 내용이 일관성을 갖기 어렵다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한초 사상적 융합의 필요성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만, 각 편의 내용이 심지어 상호 모순되는 경우도 있다. 첫째, 『회남자』에서의 유가와 묵가를 비롯한 제가에 대한 비판의 내용은 황로도가의 이상에 어긋나는 몇 가지 이념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며, 공자와 묵자를 병칭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묵자 개인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묵가 이념을 비판하는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회남자』에서는 황로도가를 기본으로 하고 인의(仁義)로 보완하는 입장이므로 유가를 완전 배척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공자를 묵자와 함께 성인으로 높이고, 예악(禮樂) 또한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인의와 예악으로 잘못된 것을 구할 수 있지만 최선의 정치에 통달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둘째, 『회남자』에서는 묵자를 성인으로 높이면서 동시에 개인의 실천적 측면을 높이 칭송하였다. 또한 묵가의 “천하의 이로움을 일으키고 해로움을 제거한다”, 혹은 “침략 전쟁 비판” 등의 이념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양자의 이러한 상호 관계는 묵가가 학파로서 진한(秦漢) 연간에 침체된 것과 상관없이 묵가의 이념과 묵자 개인의 영향력은 지속되었음을 시사한다. 요컨대 묵가의 민본주의적 측면은 『회남자』의 정치사상체계가 정립되는 데 중요한 이론 근거로 활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