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문은 묵가의 “삼표”를 중심으로 생사관을 개괄한 것이다. 묵가의 삼표에는 비록 논리적 측면이 충분히 반영되어 있지만 그것은 모두 묵가 집단 구성원이나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춘 것이다. 특히 집단의 단순한 경험이라든가 당시 일반적이었던 미신 관념을 그대로 인식의 표준으로 삼은 것은 오늘날에는 수용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당시 묵가의 입장에서는 "십론"(十論)으로 대표되는 자신들의 이념을 선양하고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하였을 것이다. 묵가의 삼표는 세 번째 표준인 “국가와 백성의 이익의 유무”로 귀결된다. 본문의 논의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비명」 편에서 묵가는 유명론 내지 운명론을 부정하고 현실적으로 주어진 자연조건을 노동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극복하는 생명관을 제시하였다. 묵가에서 보면 생명은 곧 노동이다. 둘째, 「명귀」 편에서 묵가는 귀신과 상제의 존재를 긍정하지만 그것은 종교대상이나 사후 주재자로서가 아니라 그들의 권위를 이용하여 자기 집단의 제반 이념을 효율적으로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절장」 편에서 묵가는 후장구상과 아울러 순장제도를 철저히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였다. 그들은 사람이 죽어서 귀신이 됨을 긍정하지만 언제나 귀신보다는 생명을 우선한다. 넷째, 「귀의」 편에서 묵가는 생사의 가치표준으로서 의(義)를 포함하여 모든 가치표준을 국가와 만민, 혹은 묵가 집단의 공리(公利)와 연계시키고 있다. 특히 죽음에 직면해서도 개인의 생명가치보다는 천하 국가에 “이로움”을 우선하는 집단주의적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