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회남자』에는 마음의 평정을 의미하는 허정(虛靜)이 인성 본연의 특성임을 지지하는 글이 있다. 이런 구절은 『회남자』의 일관된 독해에 몇 가지 문제점을 야기한다. 먼저, 『회남자』에 영향을 미친 주요 문헌들에서 허정은 후천적으로 얻어지는 조건일 뿐, 인성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다. 둘째, 인성은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재질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허정은 재질이 잘 발현되기 위한 토양에 가깝다. 셋째, 허정에는 철학자의 이념이 들어 있어야 하는데, 도가의 이념은 도이지 허정이 아니다. 본고에서는 이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해석을 제안했다. 첫째, 『회남자』의 허정은 마음의 평정과 도를 묘사하는 허무라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둘째, 전자의 허정은 인성이라는 재질이 발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토양이라고 할 수 있지만, 후자의 허정은 도의 특성이라는 점에서 재질 즉, 도가 구체화된 인성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본고의 해석은 『회남자』가 고유한 이론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도가류의 문헌이라는 평가를 지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