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에서는 먼저 묵가의 겸애 이념의 논리적 기반을 살펴보고, 아울러 그것의 특성과 실천적 모습을 제자백가 가운데 특히 유가와의 비교를 통해서 검토하였다. 묵가의 “겸애”는 집단과 사회에서 각 개인의 상호 관심과 배려를 가리키며 혈연이나 친소관계의 여부와 무관하며 귀천을 가리지 않고 “남을 사랑하기를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하는” 보편적 사랑이며, 가장 큰 특징은 “서로 이롭게 해주는” 공리주의적 사랑이다. 또한 묵가는 사랑의 실천적 목표를 가족, 집단, 사회, 국가에서의 평화에 두었다. 이론적 측면에서 묵자가 제창한 겸애는 동시대의 기타 학파의 사상에 비해 자체의 역사적 가치를 갖고 있다. 그것은 유가를 대표로 하는 차별애를 타파하고 차등이 없는 보편애를 주장하였으며, 상호간의 주체성을 승인하면서 중국 최초로 공리주의적 사상체계를 건립하였다는 점이다. 보편애가 없다면 보편적 이익도 결코 실현될 수 없으며 가족 집단과 개별 국가들에서의 국소적 사랑조차 불가능하다. 겸애는 오늘날에도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다. 사람은 이성적 사회적 존재로서 자신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타인의 생존과 발전을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묵가 겸애의 이념과 실천 과정에서 단순히 이익과 손해, 혹은 이로움과 해로움의 대비에 그쳐서는 현실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이것은 공리주의적 묵가철학이 갖고 있는 본질적 특성이기도 하다. 결국 묵가의 사랑과 평화의 이상은 당시 사회배경 아래에서 실현될 수 없었다. 요컨대 묵자의 “겸애”의 이상은 현실에 대한 철저한 비판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지속적 기반을 찾을 수 없었고 결국 유토피아적 구상에 그치고 말았다. 어쩌면 묵가에서 지향한 사랑과 평화 이념은 “신의 가호” 아래에서만 가능한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