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중국 고대의 명실론을 개괄하고 동서양 사유구조의 단면을 고찰한 것이다. 동서철학은 공통적으로 인간에 대한 연구를 중시하지만 상호 차별성을 갖고 있다. 첫째 서양철학에서는 개인 혹은 자아 연구를 중시하고, 개인의 권익과 자유를 강조한다. 그런데 중국의 전통철학 가운데 특히 유가는 개인과 타인의 관계에 치중하고 있다. 우리는 이 점을 유가와 법가의 논의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동서철학은 모두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중시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각각의 차별성을 갖고 있다. 서양철학에서는 사람의 자연에 대한 이용과 정복을 강조하고, 자연의 사람에 대한 제약 혹은 반작용을 소홀히 여긴다. 더욱이 서양의 경험주의와 과학주의에서는 사람과 자연의 대립을 중시하고, 나아가 자연의 개조를 강조한다. 그런데 중국철학 가운데 특히 도가는 그렇지 않다. 그들이 강조하는 것은 사람과 자연의 대립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통일이며, 인간의 자연에 대한 의존성을 강조하고, 양자의 和諧를 도모한다. 우리는 이것을 도가의 논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서양의 사유구조에 근본적 차이가 있게 된 것은 무엇 때문인가? 흔히 이것을 역사적으로 경제제도 및 지리환경의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설명한다. 그런데 여기에 더욱 근본적인 원인으로서 양자의 언어적 특징과 언어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덧붙이는 경우가 있다. 이에 따른다면 서양인의 안목에서 언어는 하느님과 마찬가지로 전지전능하여 세상에서 언어와 수학으로 표현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사유방식의 차이뿐만 아니라 나아가 논리적 형식체계의 차이가 나는 원인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