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현대윤리학에서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쟁을 논구함으로써 “아크라시아는 실제로 존재 가능한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현대윤리학의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쟁에서 헤어는 보편적 규정주의를 기반으로 아크라시아불가능성 논제를 지지하고, 데이비슨은 온건한 내재주의를 기반으로 아크라시아가능성 논제를 지지한다. 이와 같이 헤어와 데이비슨이 아크라시아의 성립 가능성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지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헤어는 행위 주체를 보편적 규정주의자로 간주하는 반면, 데이비슨은 행위 주체를 인식론적 차원의 한계만이 아니라 행위론적 차원의 한계를 지닌 존재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헤어는 진실한 도덕 판단과 행위 동기 간의 필연적 상관성을 전제로 강한 내재주의를 지지하는 반면, 데이비슨은 평가적 판단(도덕 판단)과 행위 동기 간의 믿을만한수준의 상관성을 전제로 온건한 내재주의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헤어와 데이비슨은 도덕적 사유 내지 평가적 판단(도덕 판단)을 두 수준으로 구분한다는 형식적 유사성뿐만 아니라, 비판적 수준의 도덕적 사유와 완전한 판단에서는 아크라시아가 발생하지 않지만 직관적 수준의 도덕적 사유와 조건부 판단에서는 도덕적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적 유사성을 공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헤어와 데이비슨이 각각 아크라시아 불가능성 논제와 아크라시아 가능성 논제를지지하는 이유는 아크라시아의 개념적 조건에서 요구하는 앎(도덕적 사유, 도덕판단, 평가적 판단 등)의 수준이 다르고, 데이비슨은 헤어와 달리 ‘아크라시아’라는주제를 이론적이고 논리적인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실천적 비합리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실천적 문제로 파악하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이런 맥락에서, 아크라시아 불가능성 논제는 이론적이고 논리적인 차원에서 정당화될 수 있지만, 아크라시아는 현실의 도덕에서 실천적 비합리성과 결부된 실천적 문제로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