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의 연구 목적은 도덕행위자의 자아정체성에 대한 Charles Taylor(1931~)의 관점을 검토하고 그 의의를 고찰하는 것이다. 먼저 그 검토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에 의하면 첫째로 도덕행위자로서 우리는 일상적 삶의 맥락에 ‘얽혀있는 행위자’로서, 일상적 언어의 사용을 매개로 한 반성과 대화를 통해서 자기정체성을 발견한다. 언어는 일정한 배경이해를 공유하는 언어공동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언어와 공동체는 자아정체성 형성에 본질적인 것이다. 여기서 배경이란 우리로 하여금 경험과 언어의 사용을 이해 가능하도록 하는 삶의 맥락을 뜻한다. 우리는 우리의 선험적 이해능력(intelligibility)을 통해 무한하고 불명료한 배경의 일부를 계속해서 명료하게 밝혀나간다. 따라서 그 능력은 실천적 능력이자 잠재적 활용력(capacity)을 뜻하며, 우리가 자기정체성을 확립해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발견․완성해 나가는 자기실현의 과정을 의미한다. 둘째로 우리의 자아정체성은 선(좋음) 개념과 밀접히 연결된다. 우리는 반드시 강한평가를 수반하며 질적인 구분들을 내포하는 특정한 도덕적 틀 안에 있으면서, 다양한 선들 간에 질적인 서열을 매긴다. 질적으로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고차적 선(hypergoods)은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준다. 따라서 선과 관련된 정향은 우리의 고유한 자아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본질적인 것이다. 그런데 선 관념은 반드시 특정한 문화나 공동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또한 공통이해의 대상이 될 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셋째로, 우리는 실천이성을 통해 도덕적 변화를 겪는다. 그러한 변화는 단순한 변화가 아닌 실천적인 성장(practical growth)을 의미한다. 실천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우리가 실천이성을 통해 배경이해를 확장해가는 것을 뜻하며, 도덕적 쟁점들을 최선의 방식에서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실천이성은 선험적 이해능력의 또 다른 이름이자, 도덕적 통찰력 혹은 분별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러한 능력을 통하여 모순을 발견하고, 실수를 줄이거나 혹은 갈등을 해소하는 등 살면서 지속적으로 합리적인 도덕적 이행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검토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의의를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우리의 자아정체성은 반드시 언어를 공유하는 일정한 공동체 안에서 형성된다는 점에서 우리는 본질적으로 사회적 존재이다. 둘째, 우리의 자아정체성은 질적으로 가치평가된 선(좋음)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본질상 도덕적 존재이다. 셋째, 우리 모두는 타고난 잠재력을 발휘함으로써 끊임없이 자기정체성을 완성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이다. 그런데 잠재력의 발휘와 실천적 성장은 반드시 우리의 자유의지로부터 실천될 때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자유롭고 또한 능동적인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