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최근 슈미트 이론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법학, 정치철학, 사회철학 등 여러 영역에서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슈미트의 이론에 대한 다각도의 접근들이 새롭게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학계에서 슈미트의 법이론은 그에 대한 헌법학계의 초기 성격 규정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아오지 않았나 싶다. 예컨대, 실증주의 헌법관, 통합이론적 헌법관에 대비되는 것으로서 ‘슈미트의 결단주의 헌법관’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해 방식은 슈미트가 표방한 사법판결론에 대한 이해에도 적잖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결단에 대한 슈미트의 설명이 상당한 중층성을 지닌다고 하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부분은 슈미트의 사법판결론이 반드시 연속성을 띠고 일관되게 진행되어 왔다고 단언할 수만은 없는 측면도 존재한다고 하는 점이다. 자주 지적되기도 하듯, 슈미트의 이론은 그 고유의 높은 상황감수성으로 말미암아 당대에 급박하게 진행되던 정치적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일정한 중층성과 불연속성 역시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슈미트 사법판결론이 드러내는 이러한 증층성에 직면하여, 우리는 사법판결론에 대한 슈미트의 입장을 사실적으로 재구성해 보는 작업이 필요함을 인식하게 된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본고는 슈미트의 사법판결론에 초점을 맞추어 슈미트 이론을 탐구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고는 일단 그의 저작 중 그의 사법판결론이 드러나는 저작을 중심으로 슈미트가 각 시기별로 어떠한 입장을 개진하고 어떠한 서술을 해 왔는지를 통시적으로 살펴보는 방식을 택하였다. 다만, 한정된 지면관계상 본고에서는 30년대 초반까지의 슈미트 사법판결론만 다루고, 그 이후의 사법판결론은 이어지는 논문에서 다루는 구조를 취하게 되었다. 따라서 슈미트 사법판결론의 전체적 함의 및 비판, 그리고 그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대한 분석 또한 이어지는 논문기고에서 종합적으로 다루지 않을 수 없는 점에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한다. 10년대-30년대 초 사이의 슈미트 사법판결론에 대한 본고의 분석은 사법판결에 대한 그의 입장이 전래의 틀로 간단히 설명될 수만은 없는 중층성을 내재한다는 점을 잘 확인시켜 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무엇보다 그의 중층적 문제의식에 기인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판결에 있어 합법성의 차원만으로 소진되지 않는 정당성의 차원을 다루고자 하는 그의 이론적 관심, 판결에 있어 규범인식의 차원만으로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 공간에서 추가적으로 작용하는 요소들을 현실주의적으로 분석하고자 하되 사법이 헌법질서에 있어 차지하는 규범적 지위를 아울러 고려에 넣고자 하는 문제의식, 그리고 판결에 있어 법관의 결단이 수행하는 역할을 시야에 넣으면서도 이를 법관의 자의성에로 축소시키는 이론구성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려는 관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다층적 문제의식은 해당 저술에서 슈미트가 이 중 어느 측면에 초점을 두어 서술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슈미트 저술의 법이론적 색채가 미묘하게 달라지게 되는 결과를 낳았고, 이는 그의 사법판결론에 대한 전체적 위치지움을 쉽지 않게 만드는 부분으로 기능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30년대 이후의 슈미트 판결론에 대한 검토 이후에 보다 완결적인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다음의 점 정도는 큰 틀에서 읽어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슈미트 이론의 그러한 중층성으로 말미암아 그의 법이론적 입장에 대한 결단주의, 현실주의, 제도주의로의 위치지움은 각기 일정한 타당성을 지니게 된다는 점, 다만 그의 입장에 대한 온전한 이해는 그러한 표층적 위치지움에 의해서가 아닌 슈미트 고유의 관점에 대한 보다 세밀하고 보충적인 설명을 필요로 하게 된다는 점. 30년대 이후 슈미트가 당대의 정치상황의 급속한 변화에 이론적으로 대응해 간 방식, 그리고 그 이론구성이 국가법질서에 끼친 영향들은 슈미트가 전개한 유형의 사법판결론이 가질 수 있는 잠재적 위험성 역시 표본적으로 드러내 주는 실례로 기능하게 된다. 특히, 이는 제도주의 법이론의 가능한 유형과 그 이론 전개시 고려되어야 하는 문제들, 법의 불확정성을 전제로 하는 법이론이나 결단주의적 관점의 법이론이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교훈점들을 포함하게 될 것인데, 이 부분은 후속논문에서 다루어져야 할 중심적 문제영역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