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상해박초간 주역에는 지금까지의 주역 텍스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적색과 흑색의 특수부호가 존재한다. 상해박초간 주역을 처음 정리한 濮茅左는 이 부호를 “▧,, ■,,, ⊏”의 6종류로 나누고 음양사상을 도입하여 설명한다. 李尙信은 이 부호를 7종으로 나눈 후 이 부호를 통해 상해박초간 주역의 卦序는 현행본 주역의 괘서와 완전히 일치하며 역시 음양사상을 담고 있다고 한다. 夏含夷(Edward L. Shaughnessy)는 죽간의 물질적 상태를 분석하여 상해박초간 주역의 괘서와 현행본 『주역』의 괘서는 동일할 것이라고 추측한다. 近藤浩之(Kondo Hiroyuki)는 부호를 9종류로 나누어서 상해박초간의 괘서를 도출한 후, 상해박초간본의 괘서는 괘획 단위로 고안되었기 때문에 6爻로 이루어지는 大成卦를 문제로 삼고 있고, 3爻로 이루어지는 小成卦의 조합법은 고려되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와 같은 여러 견해에는 모두 장단점이 있지만 아래의 두 가지 점은 공통된다. 첫째로 상해박초간 주역의 괘의 배열은 현행본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 둘째로 형식대립적 상반괘는 같은 부호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이 두 점으로부터 상해박초간 주역이 8괘 시스템을 기초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추론해 낼 수 있다. 상해박초간 주역의 부호 체계는 8卦 시스템이 아닌 64卦(64 trigrams) 시스템을 상정할 때 가능한데 이는 일반적으로 인정받는 통설, 즉 8괘가 64괘보다 먼저 이루어졌다는 것에 대해 재검토를 요구한다. 출토자료와 문헌자료를 통해 8괘와 64괘의 성립 관계를 살펴보면 8괘 체계의 주역이 선행하여 존재하였고, 후에 64괘 체계의 주역이 등장하였다고 보기 힘들며 주역은 아마도 성립초기부터 64괘 체계였으리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