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논문은 16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이순(李純)의 『홍범황극내편보해(洪範皇極內篇補解)』를 연구한 것이다. 이순의 이 저작은 조선 최초의 『홍범황극내편』 주해서이다. 조선시대 상수역학의 주요문헌은 『성리대전』에 수록된 주희의 『역학계몽』, 소옹의 『황극경세서』, 채침의 『홍범황극내편』이라 할 수 있다. 『역학계몽』과 『황극경세서』를 연구한 조선학자들의 문헌에 대해서는 기존에 연구 성과가 있지만, 조선학자의 『홍범황극내편』 저작을 연구한 것은 이 논문이 처음이다. 『홍범황극내편』은 「홍범구주(洪範九疇)」가 지닌 수리(數理)를 풀어낸 저작이다. 『주역』이 상(象)을 위주로 하는 역(易)이라면, 『홍범황극내편』은 수(數)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역을 고안하였다고 할 수 있다. 『홍범황극내편』을 연구한 중국학자들이 「홍범구주」의 창시자로 우임금을 숭상함에 비하여, 이순은 홍범수(洪範數)의 전수자로 기자(箕子)를 강조한다. 이는 동방을 문명화시킨 이로 기자를 숭상하는 조선유학의 시각을 보여준다고 할 것이다. 이순은 『홍범황극내편』의 구성이 『주역』과 같은 체제인 것으로 파악한다. 채침 『홍범황극내편』은 『주역』의 「계사전」내지 「설괘전」에 해당하는 상・중・하3편과 『주역』64괘의 경(經)에 해당하는 81수(數)로 구성되어 있다. 채침의 저작에는 81수에 대해 점사(占辭)에 해당하는 사(辭)는 기록되어 있으나, 그에 대한 인문적 해석인 ‘수왈(數曰)’은 81개 가운데 80개가 결락되어 있다. 이순은 이 ‘수왈’ 80개를 일일이 보완한다. 또한 『주역』이 「서괘전」 「잡괘전」을 갖추고 있는 것과 같이, 『홍범황극내편』에도 이와 같은 체제를 보완해 넣는다. 「수명차제(數名次第)」 「수명잡의(數名雜義)」 「수명대대(數名對待)」와 같은 편을 지어 『홍범황극내편』을 보다 완정하게 정비하였다. 또한 채침의 점법을 보완하였는데, 그와 관련된 자료는 일실된 상태이다. 이순의 『홍범황극내편보해』가 조선학계에 갖는 위상은 조선시대 학자들의 문집 속의 언급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순의 이 저작은 조선의 『홍범황극내편』 연구의 이정표가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