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원효사상의 체계와 내용을 관통하는 원리, 원효철학의 모든 것을 직조해 내는 근본원리, 원효의 모든 통찰을 수렴하는 상위원리는 ‘통섭’이다. 통섭과 화쟁은 특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화쟁의 꽃이 필 때라야 통섭의 열매가 맺는다. 원효의 화쟁사상은 그 시대 불교사상계의 분열적 혼란을 해결하기 위한 미시 해석학적 방법이다. 이 글에서는 원효 화쟁철학에서 주목되는 ‘문門구분의 사유방식’을 중심으로 화쟁철학의 형성과 발전단계를 추적해 보았다. ‘문門구분을 통한 화쟁’을 중심에 두고, 다른 두 축인 ‘모든 쟁론의 인식적 토대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마음지평(一心) 열기’와 ‘언어 환각에서 풀려나 언어를 사용하기’를 양 옆에 세운 후, 이 세 축이 서로 맞물려 힘을 보태면서 끝없이 상승해 가는 구도. - 이것이 원효의 화쟁에 대한 필자의 독법이다. 통섭이나 화쟁의 통찰을 전개할 때 구사하는 ‘문門구분’의 ‘문門’은, ‘일련의 타당한 인과계열’ ‘조건적으로 타당한 의미맥락’을 의미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원효는 이 ‘문門 구분 사유방식’을 『대승기신론』의 일심이문一心二門에서 포착하여 확대, 발전시켜 간 것으로 보인다. 원효는 기신론의 ‘이문二門 구별’에서 ‘문門 구별의 연기적 사유’를 포착한 후 다양한 유형의 이문二門구별로 발전시킨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론과 주장들을 조건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사실에 부합하는 정확한 이해에 접근하려 한다. 아울러 다양하게 분석한 이문二門들의 ‘통섭通攝적 관계’를 밝힘으로써, 배타적으로 엇갈리는 이론과 주장들이 화해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한다. 이렇게 볼 때 연기적 사유의 원효적 유형인 ‘문門구별의 사유방식’은 크게 세 단계에 걸쳐 발전하고 있다. 첫 단계는 기신론의 ‘진여/생멸 이문二門 구별’에서 문門 구별의 사유방식에 눈뜬 것이며, 두 번째 단계는 이 ‘문門구별의 사유방식’을 활용하여 ‘문二門 구별의 다양한 방식들’을 전개하는 것이고, 세 번째 단계는 ‘문門구별의 사유방식’을 통해 상이한 이론과 관점들이 ‘서로 열고 서로 안을 수 있는’ 통섭通攝과 화쟁和諍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효의 ‘문門구별 사유방식’은 이 세 번째 단계를 발전의 정점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