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개념이 영구법의 주요 내용이었다는 점에서 시작한다. 그는 인간에게 사랑이 없으면 단 하나의 善도 이룰 수 없다고 본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개념은 caritas로서 자애, 자비, 연민, 공감, 측은지심 등으로 옮길 수 있다. 이 글은 예수의 사랑개념부터 시작하여 현대 인지적 감정의 관점에서 바라본 사랑개념까지 그 논의를 펼쳐 보인다. 그러나 필자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영구법사상을 주로 그의 세 저서―『자유의지론』, 『고백론』, 그리고 『신국론』―를 중심으로 고찰하였고, 또한 이 책들을 分析的 관점이 아니라 修辭的 관점에서 독해하였다. 따라서 신적 사랑은 사랑의 규범을 찾기 위한 메타포의 역할을 할 뿐이다. 이 글은 사랑의 규범적 메타포를 찾는 시론적 성격을 가진다. 아우구스티누스의 사랑개념은 비록 신의 자비를 향하고 있지만, 자기고백의 언어였고, 왜곡된 의지에 시달리는 비참함의 언어였다. 그에게 사랑은 갈망과 욕구의 언어였다. 사랑은 정의의 언어임에도 실제로 비대칭적 삶을 보여 주는 시니피에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정법질서가 해결해야 할 인간의 문제는 정의의 구현을 위해 혹은 그 실현 이전에 인간의 실존적 비대칭성으로 나타나고, 우리는 그곳에서 감정적 진리의 현장을 발견하게 된다. 사랑이 인간존엄성의 언어인 것은 인간의 위엄과 비참함이 인류가 지속되는 한 병존한다는 사실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이성중심의 철학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한 최초의 감정의 철학자였다. 그의 사랑개념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문제제기를 직접적으로 제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인간의 감각과 인식에 대한 꾸준한 탐구를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인생고백을 통해 신앙적 교의를 확정하려고 하였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스토아의 영구법사상이 간직하고 있는 유물론적이고 범신론적인 자연주의를 거부한다. 아우구스티누스의 법사상이 이전의 시대와 다른 뚜렷한 변화는 바로 그의 영구법은 인간성(personality)에 바탕한 사랑의 개념에 초점을 둔다는 점이다. 그의 영구법은 마음의 참된 정의이다. 그의 영구법은 인간종의 기원에 대한 탐색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자기의 기원에 대한 탐색을 하였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그는 『자유의지론』에서 인간의 의지를 ‘중간선’으로 본다. 상승의 은유를 통해 최고선으로 영구법은 자기-거부를 통해서만 실현된다. 악은 선의 결핍이다. 자유의지가 여러 선택들 가운데 악행을 선택한다. 자유의지의 거부를 통한 최고선으로의 상승만이 신의 도성에 도달할 수 있다. 정의는 중간선의 정도에 머문다. 필자는 인간의 인식과 판단은 사랑으로 파악되지 않으면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인간존엄성이 ‘신처럼 되기’라는 사랑의 은유가 아니면 실현되기 어려운 것은 비참함에 대한 연민이 규범성을 획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자기-거부’가 아니라 ‘자기-열림’의 언어가 사랑의 규범성을 파악하는 데 적절하다고 본다. 감정이 가치를 인식하고 판단한다는 현대 인지주의적 감정이론의 관점에서 보아도 사랑의 규범성은 자기-열림의 실천적 언어이다. 사랑은 인간의 마음에 새겨진 정의의 언어이기 때문에 올바른 감정이 실천적으로 대응되지 않을 경우에 규범성을 획득하지 못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