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20세기 말 미소냉전질서의 해체 이후 ‘문명대안론’의 대두와 함께 다각적인 차원에서 동아시아와 지역공동체 담론이 폭발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제반 동아시아담론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그것을 관통하는 저류에는 ‘문명공동체’의 실제상들이 포착된다. 초국적 지역질서를 설계하는 지역공동체론은 ‘문명’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 동행한 것이다. 이로 볼 때 제2 기축시대 3ㆍ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환된 근대성’의 토대 위에서 동아시아공동체에 대한 문명적 정위定位문제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상위범주인 ‘문명학’이 수범垂範하는 학술적 영감과 자원들을 동아시아 역내담론 차원에서 적극 수용해 재창안함으로써 장기지속적인 공동번영과 평화협력의 새로운 동아시아 ‘지역시스템’을 모색하는 데 있다. 이 논제설정은 현 세계적 담론인 예술ㆍ공감ㆍ영성ㆍ생태라는 문명의 다층적 근대성을 포용하는 혁신적인 ‘동아시아학 연구모델’이 요청된다는 문제인식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동아시아학’을 문명의 단ㆍ복수적 담론사와 연계시켜 보면 ‘진보적 의미 — 보편론’과 ‘총체(포괄)적 의미 — 다원공동체론’의 의제를 안출할 수 있다. 본고에서는 여기에 토대하여 지역공동체론의 문명적 이해를 제고시켜 상호 유기적ㆍ전일적 연결망을 구성하는 ‘생명생태적 문명(진보)관’을 제시했다. 이 문명시스템에는 보편과 특수가 함께 살아 숨 쉬는 다양성 속의 통일성, 통일성 속의 다양성이 확보됨은 물론이다. 그리고 소통적ㆍ연대적 생명코드가 이 문명공동체의 조직원리, 접착제로 기능해야 한다. 결국 ‘동아시아 문명공동체’는 문명의 단ㆍ복수론적 지평의 융합지점, 즉 ‘문화다원주의’를 전제로 한 ‘보편문명’에의 지향이라는 양자의 상호적 공진화 속에서 직조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격상된 문명표준체계는 동아시아사회를 국가(민족)주의와 세계주의의 간극을 메워주는 문명생태주의적 지평의 품격 높은 지역 삶터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