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조선 중기 학자 金濤(1580~1646)의 『주역천설』의 의리적 역 해석에 관해 연구한 것이다. 『주역천설』은 六十四卦의 「大象傳」만을 대상으로 그에 대한 저자 자신의 해석을 서술한 저술이다. 공자 십익 가운데 하나인 「대상전」은 군자의 도덕 수양과 정치적 실천의 내용을 주로 담고 있어, 주자의 『근사록』, 남명의 『학기유편』, 율곡의 『성학집요』의 경우처럼 유학자들의 저술에서 전거로서 자주 인용되었다. 『주역천설』은 유학자들이 자기 사상을 피력하기 위한 전거로 주로 인용하던 「대상전」만을 대상으로 한 최초의 저술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그런데 김도는 『주역천설』을 편찬하면서 「대상전」의 원문 자체에 대한 주석이나 정확한 해석에 관심을 두기보다는 주로 그 자신이 읽고 터득한 내용을 서술하는 방식을 취하였다. 『주역천설』은 「대상전」의 내용을 빌려 김도 자신의 사상을 피력하고 있는 저술인 것이다. 이러한 김도의 서술 방식은 『주역천설』이 상수나 점서로서의 관심이 아니라 역을 통해 의리를 말하고자 하는 의리적 관심에서 저술되었음을 의미한다. 김도의 『주역천설』이 「대상전」의 내용에 대한 충실한 해석을 목표하기보다 그 자신이 터득한 의리를 말하는 수단으로 저술되었다는 점에서 그 내용에 있어서도 기존의 주석들과는 다른 김도만의 독자적인 해석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군주의 의무가 養民에 있다는 井卦의 해석이나, 국가의 창업기에 있어서는 세자의 교육이 중요하다는 屯卦의 해석, 그리고 공부론에 있어 점진주의를 강조하는 등의 해석은 김도의 개인적 경험과 그의 독자적인 사상이 반영된 해석이라 하겠다. 조선시대 『주역』연구의 주류적 입장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지만 『주역천설』은 조선 시대 의리역 해석의 한 단면을 살필 수 있는 저술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