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현대한국철학의 역사를 정립하기 위한 예비적 시도다. 이 시도는 우선 최근 정 치적 주체로 급부상한 '페미니즘 주체'의 탈역사적 성격, 즉 선험적 통일성을 담지하지 않 는 역사 이후의 주체로서의 성격을 적극 참조한다. 이른바 칸트가 개진했던 '이성의 역사'라고 하는 이성의 자기발전에 대한 역사적 성찰에 대해 이 탈역사적 주체는 그 뿌리에서부 터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다시 말해 현대한국철학사 역시 서양철학사와 동일하게 '철학적 문제는 어떻게 발생하는가'(철학의 체계)와 '이 문제를 정식화하기 위한 개념들의 역사적 발생(철학사)', 이 양자의 이율배반적 관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현대한국철학을 규정하기 위해 우선 푸코를 따라 현대철학은 '계몽'의 문제인 동시에, 서양의 보편적, 계몽적 주체에 대해 유대인이 갖는 역사적 특수성에 유비적으로 한국의 계몽적 주체 또한 계몽의 반대항으로 역사적 경험으로서의 파국 의 축을 노정한다. 서구라는 타자에 의한 자기상실과 절망으로서의 파국 그리고 타자의 보편적 계몽주의를 번역하고 전유하려는 집단적 시도 로서의 계몽. 이 양축은 타자의 침입에 대한 민중의 '봉기'의 축과 이것을 헌법의 이념으 로 정립하는 '헌정'의 축(3ㆍ1운동 등)과 교차한다. 그렇다면 '누가 철학자인가?'라는 철학 자의 정체성과 관련한 문제에 대하여 우리는 철학이 철학자의 삶의 방식과 분리될 수 없고 도리어 철학의 성격을 규정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모방이 가능한 철학자의 사회적, 집단적 인격을 페르소나 라고 정의하고 이 페르소나에 바탕을 두고 자기를 형성하는 '아스케시스'가 철학자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근거가 된다고도 주장할 것이다. 이 네 개의 축(계몽, 파국, 봉기, 헌정)과 두 개의 근거(페르소나, 아스케시스)는 현대한국철학의 역사를 쓰기 위한 개념적 도구들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