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朱子 『論語』 주석이 수양론적 해석학에 대한 연구이다. 그동안 유교경전의 해석학에 대해서는 訓詁와 義理라는 두 경향을 중심으로 논의되었고, 주자의 해석학은 이 두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논자는 ‘義理的 해석’이 만일 원전에 대한 철학적 분석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주자의 해석학을 단순히 훈고와 의리의 종합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본다. 주자는 자신이 수행하는 주석 작업과 해석을 구분하였다. 해석은 일차적으로 주석 이전에 이루어진다. 해석은 자신의 지평과 경전의 지평을 융합시켜나가는 작업이다. 그리고 주석은 주석서를 읽는 ‘學者’들에게서도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작업이다. 말하자면 해석은 ‘學者’들에게서도 다시 이루어진다. 주자의 『논어』 주석서 저술 과정은 주자의 해석학적 입장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주자는 訓詁를 통해서 經典의 지평을 이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고, 또 전형적인 義理的 해석을 보여주거나 여러 가능한 義理的 해석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學者’의 수양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하였다. 이 글에서는 朱子가 해석이 ‘學者’의 손에서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주목하여, 『論語』에서 ‘學’ 개념을 주자가 어떻게 설명하는지 고찰하였다. 주자에 따르면 『論語』의 ‘學’은 경전의 본의가 무엇인지 배우는 것도 아니고, 孔子 철학이 무엇인지 배우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 그것은 『論語』 속에 나타난 孔子로부터 이상적인 인격을 기르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자는 『論語』에 대한 주석이 讀者인 ‘學者’가 孔子를 잘 배워서 자신의 인격을 수양할 수 있도록 길라잡이의 구실을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논자는 바로 이런 점에서 주자의 해석학에 담긴 수양론적 성격에 대해 주목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