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유교에 직업윤리가 존재하는가?’ 이 논문에서는 전문직을 위한 직업윤리에서 서구의 공리주의적 윤리의식 뿐만 아니라 유교의 윤리의식 역시 긍정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오늘날 동아시아 사회에서 유교적인 에토스ethos는 여전히 강하게 영향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사회에서처럼 전면에서 국가를 운영하는 지도적 이념으로 작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문화나 가치규범속에서 여전히 작용하고 있으므로, 전통적인 유교이념에 기반하는 윤리ethics 역시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첫머리에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즉 유교 전통에서 직업윤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근거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으며, 따라서 직업윤리와 직분윤리, 그리고 전문직윤리라는 주제에 관하여 유교적 맥락에서 어떠한 입장에 설 수 있는지, 논의의 타당성을 어떻게 모색할 수 있는지 밝히는 것이 본 고의 주요 목적이다. 이를 위해 2장에서는 유교 전통에서 직분윤리와 직업윤리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검토했다. 3장에서는 유교 전통의 맥락에서 ‘선비[士]’를 중심으로 전문직 윤리의 인식 가능성과 근거에 대해 고찰했다. 실제로 관직을 맡아 정치적 임무를 수행하는 ‘선비’들이 전문직으로서의 자아의식을 가지게 된 것은 『맹자』에서 뚜렷이 발견된다. 맹자는 정치의 수행에 있어서 ‘선비’만이 지닌 특화된 능력을 규정지으며, 왕조차도 그 전문적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한다. 중국의 당송대, 고려와 조선사대부들이 주장했던 ‘공치천하(共治天下)’의 이상도 이러한 정치 전문가로서의 선비의 자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