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노년의 삶은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요인만으로 결코 접근할 수 없는 깊은 성찰을 요구하는 차원을 갖는다. 이런 면에 대한 무시나 간과가 한국을 비롯해 초고령 사회를 이미 맞이했고, 또 조만간 맞이하게 될 많은 나라가 여전히 보여주고 있는 현실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아래에서는 노년에 대한 한 가지 철학적 성찰을 시도하고자 한다. 그것은 노년이 마주한 시간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지 밝히고, 그런 규정을 통해 결과하는 태도의 변경 가능성을 모색하는 일이다. 우선, 노년이란 유한성을 마주한 시간이라고 규정하고, 유한성에 대한 부정적 태도의 중요한 근거가 연대기적 시간관이라는 점을 보일 것이다. 다음으로, 노년에 대한 대표적인 철학적 접근을 보여주고 있는 보부아르 역시 암암리에 연대기적 시간관에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셋째, 보부아르의 연대기적 시간관에 대응할 수 있는 두 가지 방식을 살핀다. 넷째, 이 방식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모델로 리쾨르의 서사적 시간관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리쾨르의 입장이 유한성의 시간으로서 노년에 대한 부정적 태도를 바꾸기 위해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함축을 끌어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