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용수는 반야경의 공사상을 계승하여 중관사상을 확립하였다. 그의 대표적 저술인 근본중송에서 발견되는 중관사상의 논리적 근거는 연기설인데, 용수는 귀경게에서 연기를 팔불(八不)로 설명하고 있다. 즉 연기는 불생불멸, 불일불이, 불거불래, 불상부단을 특징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용수의 근본중송에는 다음과 같은 게송이 발견된다. ‘존재를 인정하는 [사람]도 단멸(斷滅)이나 상주(常住)에 [떨어지지] 않는다. 생존이란 결과와 원인의 발생과 소멸이 연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1-15)’논자는 위의 게송이 언급하는 내용에 따라, 유부와 경량부 등의 실유론자들도 용수와 마찬가지로 불상부단을 진실로서 승인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그들이 제시하는 불상부단설과 그에 대한 용수의 비판, 그리고 용수가 제시하는 불상부단의 실상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부와 경량부 등의 실유론자들은 각기 다양한 실유를 승인하면서도, 찰나멸론과 상속설 등을 채택하여, 자파의 학설이 불타의 근본 가르침 가운데 하나인 불상부단에 위배되지 않음을 입증하고자 하였다. 한편 용수는 ‘순환발생의 모순’ 및 ‘단멸론의 모순’ 등을 제시하여, 실유론자들의 학설이 결국에는 상주나 단멸의 양 극단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지적하고, 스스로는 연기설을 통하여 불상부단을 설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