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역경」의 괘ㆍ효사를 시(詩)의 은유와 상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괘ㆍ효 사의 주요 이미지를 은유와 상징으로 이해하면서 그러한 표현법에 담긴 상응 우주의 세계 관을 드러내 보이려는 것이다. 일반적인 시에서와 달리 「역경」에서 괘ㆍ효사의 원관념(A) 은 두 종류가 될 수 있다. 하나는 특정한 괘나 그에 속한 효가 될 수 있고, 또 하나는 점을 쳤을 때 그 물음에서 원관념을 찾을 수 있다. 어느 경우이든 괘 효사는 보조관념(B)이 된다. 하나의 괘는 일곱 연으로 이루어진 병치 은유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매우 함축적이고 불연속적 사유를 바탕으로 쓰인 괘ㆍ효사를 하나의 주제로 통합하는 것은 괘명(卦名)이다. 즉 괘명은 시의 제목에 해당한다. 「역경」을 은유로 읽을 때 일반 시와 다른 두드러진 차이 점은 원관념이 매우 모호하고 유동적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하나의 대성괘 속에 두 개 의 소성괘(=8괘)가 들어 있고, 각 소성괘는 많은 물상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징은 직유나 은유에서 원관념이 숨고 보조관념만 나타나 있는 형태이다. 상징의 원관념은 숨어 있으며 그 의미 또한 모호하게 암시할 뿐이라는 측면에서 「역경」의 괘ㆍ효사는 그 형식은 은유이지만, 주요 이미지의 의미는 상징이다. 은유나 상징으로 표현된 「역경」의 괘ㆍ효사 는 알려지지 않은 자연의 비밀을 이미 잘 알려진 구체적 사물로서 비유한 것이다. 그러나 「역경」의 언어는 그 모호한 상징성 때문에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한다. 은유적 세계는 마치 별개인 듯 떨어진 사물을 서로 연결하고, 그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상징은 이 세계를 신비하게 만든다. 『주역』은 근대 자연과학 이전 동서양의 보편적 세계관이었던 대우주와 소우주의 상응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주역』에서는 은유와 상징으로 표현해야 하는 세계 인식, 즉 소우주와 대우주가 교감하는 상응 우주가 저변에 깔려있다. 그러므로 『주역』을 이해하는 주요한 언어인 8괘 물상은 상징으로 이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