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정치적 문제인 난민문제는 상이한 두 문화가 충돌해서 갈등을 빚어낸다는 점에서 철학적 접근을 필요로 한다. 낯선 문화의 충돌은 서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소통을 전제로 해결되어야한다. 그러나 오늘날 난민정책은 ‘난민’과 기존의 ‘거주민’이라는 소통의 두 주체를 배제한 채 법과 제도적 정비를 통해서만 해결하려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인권과 타문화에 대한 관용에서 가장 앞서 나간다고 평가받았던 유럽에서조차 난민문제는 소통을 위한 노력보다 갈등의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북한이탈주민(새터민)을 통해 이미 유사한 문제를 겪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난민문제에서 한 발 비켜나 있었다고 생각했던 대한민국에서도 ‘2018년 제주도 예멘난민 신청’을 계기로 격렬한 찬반양론의 갈등이 일어났다. 즉, 선제적으로 마련되고 있는 정부의 법과 제도적 관심은 난민에 대한 처우와 자격기준 여부에 머물러 있으며, 난민과 거주민을 소통의 대상이자 주체로 인식하지 않고 이행 충돌의 당사자로만 보는 시각은 난민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난민을 둘러싼 논쟁을 이질적인 사회 집단 간에 발생하는 소통의 부재로 인한 공포와 갈등의 문제로 규정하고, 야스퍼스의 실존적 상호소통에 기초한 철학상담 및 실천을 통해 이러한 갈등으로부터 야기되는 정신적 고통을 위한 치유의 가능성을 제고하고자 다음과 같이 논의를 진행한다. 본 논문의 1장과 2장에서는 난민의 정의와 더불어 국제적으로 난민문제가 진행되어온 과정을 살펴보고, 3장에서는 난민문제를 둘러싼 난민과 거주민의 갈등이 실존적 상호소통의 부재라는 철학적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제기한다. 그리고 자신의 한계상황을 극복하고 독일에 정착한 난민청년을 상담한 사례와 한국에서 난민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의 사례를 분석해 갈등의 철학적 성격을 규명해본다. 4장에서는 야스퍼스의 실존적 상호소통 이론에 기초해 난민문제를 둘러싼 갈등의 당사자들이 실존조명을 통해 근본적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 숙고하고, 결론에서는 이들의 실존적 상호소통을 위한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