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최근 학계에 성행하는 ‘죽음학(Thanatology)’의 관점에서 주자의 생사관과 인생관을 조망한 글이다. 주자는 세계와 존재의 본질과 특징으로 성(誠)을 제시하고, 이를 불교의 공리(空理)와 대비시켜 실리(實理)의 유행(流行)으로 규정한다. 이때 실리가 존재하고 그것이 유행한다고 보는 견해는 무엇보다도 세계와 존재들이 실재성(reality)을 절대적으로 긍정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 기초한 세계관과 존재론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삶의 가치와 의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와 긍정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삶의 구조와 특징을 공공성과 개방성에 기초하여 구성하게 되며 구성원들의 상호 공감과 소통, 그리고 연대 위에서 삶의 가치와 의의를 자리매김한다. 따라서 이러한 세계관과 인생관 안에서 인간의 삶과 죽음은 상호 이질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지속을 전제로 한 동질적인 요소로 파악되므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안은 현재의 삶에 대한 충실함과 진정성 안에서 해소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유학에서 삶의 충실함과 진정성을 가늠하는 척도는 무엇보다도 공공성을 전제로 한 공동체의 인륜적 가치와 의의의 구현 여부에 있다. 따라서 인륜성에 토대를 둔 삶은 죽음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삶이며, 이러한 삶을 잘 영위하는 것이 곧 잘 죽어가는 것이다. 이 점에서 유학의 생사관과 인생관의 구도에서는 웰리빙(Well-living)이 곧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유학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이러한 생사관과 지혜는 오늘날 현대 사회에서 생물심리학과 경제지표를 중심으로 삼아 널리 성행하고 있는 웰빙(Well-being)과 웰다잉(Well-dying)의 열풍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할 수 있는 유익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