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에서는 간양이 198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구축한 담론의 핵심 요소인 전통재구축과 그것을 기반으로 하여 형성된 체제구상의 논리를 분석하여 그 특성을 규명하고, 향후 전망을 제시한다. 간양은 1980년대 중반에 ‘과거로부터 전승되어 계승이나 배척하는 대상이 아닌 미래를 지향하면서 현재에 부단히 창조되고 진전되는 가치’로서의 ‘전통’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전통에 대한 전향적 접근방식을 보였다. 1990년대에는 시민개인을 주체로 하는 대중민주주의 확립을 주장하고, 자본주의적 체제전환 국면에서 등장한 자유주의의 보수적이고 귀족주의적 성격을 지적하는 등 현존 체제에 대한 비판적 사유의 계기를 던져주었다. 그리고 2005년 무렵에는 현대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억제하고 해결하는 사회주의가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되어야 함을 주장하면서 체제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이어갔다. 2005년 무렵 간양은 전통에 대한 전향적 사유와 체제에 대한 비판적 사유를 결합하여 중국 체제전환의 성과를 평가하고 그 연장선상에서 중국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여기서 간양은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루는 동력에는 공자⋅마오쩌둥⋅덩샤오핑으로 상징되는 세 가지 전통이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이들의 결합 양상을 ‘새로운 시대의 통삼통’으로 명명한다. 여기서 간양은 마오쩌둥 시대의 지방분권적 경제 체제 구축이 덩샤오핑 시대의 개혁이 성공하는 데 사회적 토대로 작용했다고 주장하고, 화교자본의 중국성장에 대한 기여를 공자의 전통으로 설명하면서, 세 전통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중국의 나아갈 길을 ‘유가사회주의공화국’으로 제시하면서 소프트웨어로서의 사회주의가 근간이 되는 민주주의공화국 수립을 주장하고, ‘유가사회주의공화국’에 중국의 정식 국호인 중화인민공화국의 실질적 함의로서의 위상을 부여한다. 여기서는 유가나 전통에 대한 간양의 독특한 개념정의가 발견된다. ‘새로운 시대의 통삼통’과 ‘유가사회주의공화국’ 담론에서 간양은 전통을 과거에 형성되어 현재까지 전승되어 내려오는 유산이 아닌 현재 사회의 골간을 이루고 발전적 미래를 만드는 핵심적 가치라는 개념으로 사용한다. 또한 유가는 고전적 유가 경전에 근거를 둔 이론적 내용이 아닌 중국을 대표하는 상징 개념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간양의 전통관과 체제인식에서는 이중성도 발견된다. ‘새로운 시대의 통삼통’ 논리에서 간양은 화교자본이나 중국의 성장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비판성을 탈각했다. 또한 전통관의 측면에서도 중국의 고전 문명과 현대 문명 간의 연속성과 중국적 문명의 창조를 주장하는 색채를 점점 짙게 드러내어 1980년대의 전향적 전통관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이 최근 들어 동시에 강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향후 간양의 담론은 중국의 독자성을 강화하는 문명건설의 방향으로 진행되는 동시에 체제비판의 계기는 점점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