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韜光養晦’는 예로부터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지 않고 보이지 않는 가운데 힘을 키운다는 뜻으로 널리 인용되어 왔다.『역경』은 筮辭의 기록으로서, 그 내용 중에 역사적 사실과 부합되는 많은 기록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운데 ‘도광양회’의 뜻에 비견할만한 地火明夷卦에서는 殷末 紂王의 폭정에 처신하는 文王과 箕子의 고초를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리하여 세상이 어지럽고 윗사람이 몽매하니 재주와 덕을 감추어 조심하고 삼가하여 세상에 나가지 말 것을 권고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것이 명이괘 彖辭의 ‘明夷’와 ‘利艱貞’의 뜻이며, 다시 「彖傳」에서는 각각 ‘明夷’를 文王之道로, ‘利艱貞’을 箕子之道로써 나누어 전하고 있다. ‘明夷’와 ‘利艱貞’은 모두 ‘어두운 것을 써서 밝게 하는 것(用晦而明)’으로써, ‘용회이명’과 ‘도광양회’는 몸을 낮추어 도를 지키는 待期的 涵養을 내용으로 하는 동질성을 갖는다. 문왕과 기자를 성인의 班列로 推仰함은 “진퇴와 존망의 이치를 알아서 그 바름(正道)을 잃지 않은 자는 오직 성인뿐일 것이다(『周易』 乾卦 「文言傳」, 知進退存亡而不失其正者 其唯聖人乎)”에 의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현대인의 일반적 양상은 이러한 치밀하고 신중한 내면의 저력을 구하며 때를 기다리는 지혜를 再考하지 않는 듯하다. 오직 눈앞의 물질과 성취를 위해 때 없이 나아가고자 급급할 뿐이다. 그 성급함으로 인한 위태로운 무모함이나, 보여지는 외적 가치와 상반되는 내적 빈곤과 공허는 현대인에게 일말의 자기성찰을 배제한 채 만연된 고질병으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기세가 결국 사건과 사고, 질병과 패배, 좌절 등의 개인적․사회적 병리현상으로 드러남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用晦而明’의 道와 관련한 文王과 箕子라는 역사적 두 인물이 亂世를 맞이해서 안으로 덕을 쌓고 밖으로 때를 기다리며 자신을 바로 할 수 있었던 처세와 그 의의를 살펴보고, ‘用晦而明’의 실질적 가치가 ‘時中’과 어떠한 상관성을 갖는지 再考한다. 이러한 내용은 이 시대의 우환과 병폐에 대한 자기경영 전략의 귀감으로써 現世的 處世에 대한 模式의 한 端緖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