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들뢰즈와 아감벤은 철학의 영역에서 법을 사유하는 중요한 현대적 이론들을 제공하는 철학자들이다. 들뢰즈의 법에 대한 연구는 그 자신의 시간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으며, 아감벤의 법에 대한 연구는 자신의 철학의 핵심 개념인 배제-포함 구조를 통해서 사유한다는 점에 그 특징이 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모두 카프카를 경유하여 두 사람의 핵심적인 문제의식으로 나아간다. 먼저 들뢰즈는 카프카의 「법 앞에서」에서 우리에게 인식될 수 있도록 그 내용이 주어져 있지 않은 법이 우리에게 처벌을 내림으로써만 언표된다는 것을 읽어낸다. 더 나아가 『소송』에서 K에게 완전한 무죄판결이란 없으며 오직 판결을 ‘지연’시키는 방법만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화가 티토렐리에 주목하면서, 법과 시간의 문제를 탐구한다. 아감벤은 데리다의 「법 앞에서」에 대한 해석을 경유하여 카프카에 접근한다. 데리다는 열린 문 앞에서 들어가는 것이 ‘가능하지만 지금은 안 되는’ 바로 이 상황이 우리를 둘러 싼 법과 우리의 관계라는 점에 주목한 바 있다. 법에 대한 접근 가능성은 ‘지금은 안 된다’는 방식으로 무한히 지연된다는 것이다. 아감벤 역시 이러한 들어갈 수 있는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들어갈 수 없는, 그래서 자유롭지도 자유롭지 않지도 않은 법과 우리의 관계를 배제-포함 구조로 설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감벤의 카프카 읽기는 법이 그 내용이 주어져 있지 않음에도 우리를 강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들뢰즈의 사유와 만나게 된다. 이 연구는 들뢰즈와 아감벤의 법 해석을 함께 탐구함으로써, 두 사람이 말하는 법의 강제로부터 우리를 해방시키는 방법과 그 의의를 밝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