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천인관계론은 한대에 매우 성행하던 학술이론이었다고 할 수 있으며, 서한시기의 동중서가 이러한 이론을 체계화하고 널리 알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기도 한다. 동중서의 천인관계론에서는 인간에게 속하는 각종의 특징들이 자연계 안에 투사되어 천과 자연을 의인화시켜서 천과 인간이 서로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비슷한 기능을 나타낸다고 했다. 왕충의 천인관계론은 바로 서한시기에 유행했던 천인감응론의 이론적 근거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전체 사상체계의 기초가 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왕충이 재세했던 당시에 유행했던 사회적 의식형태는 이미 변형된 모습의 천인감응론이었다고 할 수 있는데, 왕충은 이러한 형태의 천인감응론은 허망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매우 신랄하게 비판을 한다. 왕충의 비판은 두 가지 다른 측면에서 진행되었는데, 하나는 천인감응론에 대하여 인간의 경험적 사실의 입장에서 그것의 진위를 판단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천인감응론이 인간과 사회의 가치 의미적 측면에서 가치취향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서로 다른 함의는 왕충의 비판 작업 속에서 항상 중첩되어 나타나거나 동시에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왕충의 천인관계론에 대하여 본문에서는 왕충이 비판한 천인감응론과 천인감응론의 비판을 통한 인간존재의 의미를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해 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