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플라톤 철학이 현재 인류가 직면한 환경 문제의 서양 철학사적 기원이라는 일부 현대 환경 철학자들의 논의와 주장을 논박하려는 데에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 따라서 그들이 백안시했거나 꼼꼼한 분석을 게을리 하여 야기됐던 오해와 편견을 불식시킨 후, 오히려 플라톤의 환경 철학 관련 논의 전반을 서양 철학사를 통한 환경교육의 일환으로서 구체적으로 타진하고 조망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현대 환경철학 논의에 기여할 수 있는 플라톤 철학의 환경론적 의의를 재발견하고 좀 더 확장된 새로운 환경철학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논박 작업은 플라톤 형상론의 현상 구제 기획, 탈인간중심주의에 바탕을 둔 그의 우주론적 목적론 및 우주에서의 인간의 위치와 책임 그리고 그의 동․식물론을 논급하면서 진행된다. 먼저 자연 보전의 이념을 무력화시키고 환경에 대한 무관심을 야기한다며 플라톤 철학에 쏟아진 비난에 대해, 『파이돈』과 『국가』에 나타난 그의 ‘형이상학적 인식론’을 통해 논박을 시도한다. 플라톤 철학을 독단적인 ‘두 세계 이론’과 동일시하고 그 결과 그를 서양 철학사에서 현대 환경 문제의 기원적인 원인 제공자로 간주하는 것은 사실상 그의 지각 이론과 형상 이론에 대한 그릇된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고, 따라서 그의 ‘두 세계 이론’은 형상이론의 현상 구제 기획에 의해 원리적으로 종식 가능하다고 말해진다. 다음으로 낙관주의와 염세주의가 중첩되어 나타나는 『법률』10권에서 플라톤의 우주적 목적론과 탈인간중심주의를 검토한다. 신이나 세계-영혼이 확립시킨 목적론적 전체주의라는 낙관적인 우주적 정의 체계를 조망하고, 악의 원천으로 제시되는 인간이 신의 조력자이자 부분적 통치자라는 우주에서의 위치와 책임이 상세하게 다뤄진다. 또한 우주에서의 궁극적인 선의 승리는 인간의 방종을 독려하는 담론이 아니라 거시적 차원의 목적론적 위안이고, 우주적 정의에 기여하는 인간의 우주적 위치는 인간에게 환경에 대한 생태학적 책임 의식을 일깨우는 기제라는 것이 환기된다. 끝으로 모든 동물에게 이성이 있다는 플라톤의 윤회론에서 비롯된 동물론 그리고 식물의 쾌고감수능력을 인정하는 그의 식물론은 탈인간중심주의 논변과 함께 새로운 환경 윤리의 가능성을 추동한다는 서양 철학사적 의의를 드러낸다. 요컨대, 그의 동․식물론은 편협한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경고일 뿐만 아니라 인간과 동․식물 간의 새로운 관계설정을 위한 환경 철학적 토대로 제시된다. 플라톤의 환경 철학은 현대의 환경 문제를 야기하거나 환경 위기를 부추기는 서양 철학사의 기원이 아니라 자연 환경 보전을 역설하고 현대의 환경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적인 환경 윤리적 통찰과 대안을 담고 있는 ‘오래된 미래’로 재평가된다. 이와 관련된 논증인 그의 현상 구제, 목적론적 탈인간중심주의, 동․식물론이라는 그의 전반적인 환경적 관심사에서, 우리는 우주적 차원의 전체주의적이고 탈인간중심주의적 고양된 환경 의식과 식물에 관한 또 다른 ‘종차별주의’를 경고하는 플라톤과 조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