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순자는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생리적 본능에 충실하려는 욕구 때문에 본성이 악하게 되고 사회도 혼란스러워지므로, 그것을 방지하고자 선왕이 도덕을 만들었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후천적 도덕으로 진행되는 교육을 통하여 모든 사람들은 악한 사람에서 선한 사람으로 전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군자나 성인과 같은 도덕적 인격체로도 발전할 수 있으며, 나아가 예의가 숭상되는 도덕사회를 건설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순자는 도덕의 기원을 설명하면서 선천적 생리본능을 후천적 도덕가치로 비약시키는 논리적 오류를 범했을 뿐더러, 개인의 악함과 사회 전체의 혼란 사이의 상관관계를 타당한 논거를 갖고 설명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순자의 도덕기원론은 개인의 인격 도야와 사회의 안녕 도모에 중요한 작용을 하였는데, 왜냐하면 도덕의 기원에 대하여 순자만큼 구체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논리를 전개한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순자의 도덕기원론으로 인하여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도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도덕이론이 그 자체로서의 권위와 가치를 지니기 위해서는 후천성과 동시에 선천성도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관점에서 보건대 순자의 도덕기원론은 도덕의 후천성만 중시한 채 그 선천성은 홀시한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순자가 강조한 후천적 도덕교육은 사람들로 하여금 도덕관념을 갖게 하는 적극적 작용은 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이상적 도덕경지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그것을 위해서는 자발적 도덕수양도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데, 이러한 도덕수양은 선천적 도덕관념을 바탕으로 할 때 훨씬 더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다. 그러므로 순자의 후천적 도덕기원론과 그 교육론은 선천적 도덕기원론과 그 교육론으로 보충될 때에만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다는 한계점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