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의 주된 목적은 최한기의 ‘측인’(測人)이 1) 고전의 상법적 판단에 의존하면서도, 유가적 도리(道理)의 실천 여부를 최종적 판단 근거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상법의 유가적 확장물’로 규정될 수 있으며, 2) ‘상호주의적 구조’를 함축, 타인과의 상관적 영향관계 속에서 수시변통할 수 있는 중요 계기로 읽힐 수 있음을 해명하는 것이다. 최한기는 ‘사람 헤아리는 법[측인]’의 단초를 열어준 고전 상법의 경험적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그것에 적극적으로 의존하면서도, 상법적 판단이 인간을 ‘관계로부터 규정되는 존재’임을, 그리고 활동변화하는 세계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행사상(行事相)을 감안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새로운 탐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상법적 판단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행사상의 검증이 수반되어야만 하며, 그 실천적 행위는 반드시 ‘오륜(五倫)의 실현에 부합되는 것’이어야 한다. 결국 형모(形貌)로 보는 상격의 귀천이 행사상에 드러나는 오륜의 실천 여부에 따라 최종적으로 확정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측인은 유가적 관점에서 재해석된 ‘상법의 변용’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최한기의 측인은 ‘상호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수시변통의 중요 계기를 담고 있다. 최한기에게 ‘나’는 공동체 안에 존재하는 ‘관계-내-존재’로서 부단히 남의 호오(好惡)에 따라 내 행위를 지속적으로 ‘교정’해 가야 하는 ‘능동적 존재’로 이해된다. 결국 최한기에게 수신(修身)과 측인은 그 자체로 확정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으며, 타인과의 상관적 영향관계 속에서 변통의 결정적 계기가 된다. 최한기의 측인이 인간을 읽는 유일한 지침은 될 수 없다. 그러나 측인은 1) 활동변화의 관점에서 세계를 인식하고, 2) 인간을 ‘세계-내-존재’ ‘관계-내-존재’로 규정,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수시변통해야 하는 존재로 규정한다는 점에서 이전 상법과 구분되는 이론적 진전을 보여 준다. 인간이 타인을 인식하려 하는 것은 결국 ‘상호작용’을 위한 것이라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최한기의 측인은 인간의 삶에서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환기시켜 준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