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공부십절목은 나옹의 일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는, 功夫選과 관련해 체계화된 일종의 試題였다. 그러나 막상 功夫選場에서는 활용되지 못하고, 이후에 恭愍王에게 문건으로 제출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된다. 본고는 공부십절목의 체계와 내용을 『懶翁語錄』의 「示衆」에서 살펴지는 구조와 비교하고, 이를 통해서 공부십절목의 의미를 보다 분명하게 드러내보고자 한 것이다. 공부십절목은 南宗禪의 전통과 나옹의 체험이라는 이중적인 요소가 융합된 결과물이다. 그러므로 그 양자에 대한 분석은 합당한 접근법으로서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서 파악되는 공부십절목의 특징은 크게 2가지로 간취될 수 있다. 첫째, 선수행과 관련된 체계적인 구조이다. 공부십절목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한 체계적인 구조는 비단 공부선의 사용이라는 측면 이외에도 「시중」에서도 확인된다. 이는 당시 한계에 봉착해 있던 看話禪에, 제도화를 통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하려고 했던 나옹의 판단이라고 하겠다. 즉 당시 나옹은 표준의 문제를 가지고 깊게 고민하였던 것이다. 둘째, 頓悟 이후의 理想的인 목적에 관한 부분이다. 나옹은 공부십절목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선적인 관점의 理想을 적시하고 있다. 이는 나옹 선사상의 분명한 목적을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또 공부십절목에는 宗杲·蒙山·高峰·從悅 등의 영향이 살펴지는데, 이는 나옹이 禪門의 前說과 正論들을 집취하여 하나로 集大成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나옹은 선문의 정론을 집대성하여, 중국선종을 넘어서는 고려 조계종의 주체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