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朱子는 絜矩之道를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하였다. 하나의 해석은 “남의 마음을 가늠할 때 공평한 기준을 사용한다는 원칙”이고, 다른 하나의 해석은 “남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헤아려 남도 나와 같이 공정한 몫을 얻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두 입장은 모두 타당한 논거를 가지며 “平天下”章의 전체적인 논지에도 합당하다. 결국 絜矩之道는 위의 두 해석을 모두 아우르는 것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남의 마음이 어떠할지를 가늠할 때는 나의 마음을 기준으로 사용하고, 남의 마음을 알고 난 뒤에는 그에게 정당하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헤아려서 그도 나와 같이 공정한 몫을 얻도록 하는 방식”이 絜矩之道의 의미이다. 이 논문의 첫 번째 임무는 이 점을 밝히는 것이다. 이 絜矩之道는 모든 상황에서 통용되는 행위의 규범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治國이 이미 이루어진 상황에서 비로소 요구되는 것이 이 絜矩之道이다. 治國이 이루어진 상황이란, 위정자가 가정 내에서 행하는 도덕적 실천에 모든 사람들이 감화를 받아 그들 자신도 가정 내에서 도덕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게 된 상황이다. 그러므로 위에서 말한 ‘남의 마음’이란 가정 내에서 도덕적으로 살고자 하는 욕구를 가지게 된 마음을 가리키며, ‘나의 마음’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가정 내에서 도덕적으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위정자 자신의 마음이다. 『大學』 傳9章에서 쓰인 ‘恕’는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 그것은 바로 治國을 이룰 수 있는 위정자의 내면적 조건으로서, 스스로가 도덕적 모범을 보이려고 하는 자세를 가리킨다. 이렇듯 위정자가 ‘恕’를 통해 治國을 이루었을 때 비로소 絜矩之道가 요구된다는 사실을 밝히는 이 논문의 두 번째 임무이다. 그리고 君子가 絜矩之道를 적절히 수행할 수 있기 위해서는 格物致知와 誠意正心의 도덕적 수양이 먼저 전제되어야 하며, 絜矩之道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은 경제 문제와 인사 문제라는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 이 논문의 나머지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