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지성 교정론』의 미완의 이유로 제기된 다양한 가설들 가운데 방법이라는 기획 자체의 문제를 다룬다. 스피노자는 가상의 반박자의 입을 빌려 방법의 기획에 다음과 같은 치명적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올바른 방법을 마련하려면 그것을 마련할 올바른 방법이, 또 이를 발견할 올바른 방법 등등이 필요하지 않은가? (무한퇴행의 문제) 둘째, 방법의 출발점인 주어진 참된 관념의 참됨은 어떻게 보증하는가? (진리의 보증 문제) 셋째, 진리는 스스로 참됨을 드러내는데 인식 과정과 별도로 방법이 왜 필요한가? (방법의 필요 문제) 스피노자는 인식에 대한 방법의 내재성과 진리의 자기현시를 통해 앞의 두 물음에 답함과 동시에, 스스로를 베이컨 및 데카르트의 입장과 차별화한다. 단 마지막 문제는 내가 보기에 충분히 답변되지 않았으며, 나는 여기에 논고가 미완으로 남은 이유가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곧 방법 논의는 한편으로는 관념들의 발생적 원인에 대한 논의로 대체되어야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진리의 자기현시를 가로막는 편견이나 정념의 치유에 대한 논의로 대체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