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헤겔의 ‘미학 강의’에서 ‘소설’에 관련된 내용들을 루카치의 『소설의 이론』과 비교 검토하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도출된다. 첫째, 헤겔은 16세기부터 헤겔 당대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소설’이라고 부르고 있고, 소설의 규정과 범위는 ‘호토판 미학’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더욱더 불투명해진다. 이 점에서 헤겔은 처음부터 ‘소설’이라는 용어를 확정된 개념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둘째, 헤겔의 ‘미학 강의’에서 ‘근대의 시민적 서사시’라는 핵심규정을 면밀히 검토해 보면, 소설은 독립적인 문학 장르도 아니며 ‘근대의 전형적인 예술 장르’로 규정되기도 힘들다. 이 점은 루카치가 애초에 헤겔적인 틀로 소설에 관한 ‘유형론’을 창출하려는 의도로 『소설의 이론』을 집필한 것과는 대비된다. 셋째, 헤겔은 ‘미학 강의’에서 그의 당대를 지시하는 맥락에서 ‘근대’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근대 소설’의 특징을 강조한다. 루카치는 헤겔이 ‘현실’은 문제가 없고 ‘예술’만이 문제적이라고 보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러한 루카치의 비판은 근대적 현실에 대한 헤겔의 비판적 논의 뿐만 아니라 예술과 철학의 새로운 관계 정립 면에서 볼 때 적어도 부분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