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연구는 20세기말 사이버 공간의 등장과 함께 등장했던 레비의 ‘집단 지성’이란 개념의 검토를 목적으로 한다.이 개념은 최근 등장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주요한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성은 전통적으로 지식과 관련하는 인간의 능력으로 간주되어 왔는데, 베르그송은 이를 도구를 제작하고, 제작을 무한하게 변형시키는 능력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인공적인 도구를 제작하는 인간의 지성은 지식이 모든 이에게 개방되고 공유되는 공간인 사이버 공간에까지 나아갔다. 사이버 공간을 통해 지식은 이제 특정 집단에 의해 점유되지 않는다. 또한 이 공간은 현대 문명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들에도 지식의 지위를 부여하기에 이른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레비의 집단 지성은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인간성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보여주는 통찰이라 하겠다. 레비는 모든 의견들과 지식들이 공유되고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사이버 공간은 인간에게 새로운 삶의 전망들을 제시한다고 본다. 새로운 방식의 정치 체제는 삶의 전망 중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집단 지성은 자유로운 의견 교류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대의 정치제와 달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생산적 담론의 형성에 참여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실은 여전히 이러한 기대에 근접하지 못하고 있다. 담론들을 제도적으로 검열하고, 익명적 의도로 인해 정보와 여론이 조작되는 것은 이에 대한 예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레비의 전망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사이버 공간이 인간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개방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집단 지성’의 가능성을 구체적인 영역들에서 모색하는 최근의 동향은 이 가능성을 통해 현대인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지식이 공존되는 사이버 공간 속에서 인간이 획득한 지적 자유는 분명 획기적인 사건이며, 이런 점에서 집단 지성에 대한 논의는 그 이론적 실효성을 갖는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