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시학』에 언급된 “보편”을 해석하는 입장은 크게 진리설과 구조설로 나뉜다. 진리설은 보편을 ‘시에 담긴, 인간사에 관한 진리’로, 구조설은 ‘시의 인과적 구조로서 플롯’으로 간주한다. 이에 본고는 진리설의 문제점을 간략히 짚고, 구조설에 제기될 수 있는 다음의 두 물음에 답함으로써 구조설의 타당성에 힘을 싣고자 한다. 첫째, 『시학』의 보편이 인과적 구조로서의 플롯을 뜻한다면, 이는 보편을 ‘여럿에 술어가 되는 것’으로 규정하는『명제론』의 용법에 잘 부합할까? 둘째, 보편에 관한 『시학』의 설명에 개연성과 필연성도 언급되어 있는 만큼, 보편이 곧 플롯이라면, 플롯에 개연성이나 필연성이 담겨 있어도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이것이 권장될 텐데, 어떻게 놀라움을 유발해야 하는 시의 플롯에 뻔하다는 인상을 주기 쉬운 이런 것들이 담길 수 있을까? 이에 본고는, 플롯이라는 함수 안으로 어떤 이름을 지닌 자가 변수로 들어오든 그 자는 일정성격을 부여받은 채 성격-언행의 인과성뿐 아니라 사건-사건의 인과성의 구속까지 받게 되므로 정해진 경로를 걷게 될 확률이 크거나 걷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플롯이라는 구조적 형식이 여러 개별자에 적용될 수 있음을 보인다. 다음으로 본고는『자연학』 2권 5장의 논의를 참고하여 “운에서 비롯된 것”은 그 발생이 헤아려지지 않는 것이지만 그래도 엄연히 자체적 인과를 따르는 행동들에서 파생된다는 사실을 서술한 후, 바람직한 시의 플롯도 인과 요구를 충족하는 목적 지향적 언행들에서 큰 규모의 운이 발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과 요구를 충족하는 언행들이어야만 그것들에서 생겨나는 운이 더 큰 놀라움을 유발한다고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