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순수이성비판』 변증론 부록에 등장하는 ‘상상의 초점’(focus imaginarius) 개념은 1766년 출판된 전(前) 비판기 저작 『시령자의 꿈』에 등장하는 ‘상상의 초점’ 개념과 연관되어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자들은 두 저작에서 칸트가 동일한 용어를 통해 광학적 유비를 사용하고 있다는 표면적 유사성만을 간략히 지적하는 것으로 그친다. 그러나 『시령자의 꿈』에 등장하는 ‘상상의 초점’ 개념을 세세히 분석해 보면, 유사성보다는 오히려 차이가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두 저작에서 ‘상상의 초점’ 개념이 도입된 목적이 다르다. 『순수이성비판』에서 ‘상상의 초점’ 개념이 초월적 이념의 규제적 역할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도입된 데에 반해서, 『시령자의 꿈』에서 ‘상상의 초점’ 개념은 주관적으로 만들어낸 표상과 객관적으로 주어진 표상을 구별하는 생리적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된다. 이런 차이로 인해 『시령자의 꿈』에서 ‘상상의 초점’ 개념은 『순수이성비판』과 달리 초월적 이념의 세 가지 근본적 특성, 즉 가상성, 초험성, 불가피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이를 보이기 위해 우리는『시령자의 꿈』에서 ‘상상의 초점’ 개념이 사용되는 세 가지 경우를 구별하고 각각의 경우에서 『순수이성비판』의 ‘상상의 초점’ 개념과 어떻게 유사하고 어떻게 다른지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두 저작에서 사용된 ‘상상의 초점’ 개념의 연관성을 구체적으로 밝혀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