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그리스 철학사에서 피론은 그리스 최초의 회의주의자임과 동시에, 아이네시데모스가 창설한 피론학파의 시조였다. 그는 삶의 문제에 있어서 ‘초연함(adiaphoria)’과 ‘태연함(apatheia)’ 그리고 ‘마음의 평정(ataraxia)’을 강조하였으며, 외부 대상에 대한 ‘이해불가능성(acatalepsia)’과 ‘판단유보(epoche)’의 원리를 정립하였다.BR 서구철학사에 나타나는 피론의 모습은 다양하고, 기이하며, 이중적이고, 모순적이기까지 하다. 필자는 디오게네스 라에르티오스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생애와 사상』, 아리스토클레스의 『철학에 대하여』그리고 에우세비오스의 『복음의 준비』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일차적으로는 그의 회의주의가 피론주의가 아니라는 테오도시오스의 시각을 불식시킴과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그의 회의주의가 후대의 피론주의와 연속하는 철학임을 밝혔다.BR 에우세비오스의 『복음의 준비』에 나타난 아리스토클레스의 토막글들은, 피론 철학에 대한 다양한 모습과 복잡한 해석가능성들을 잘 보여준다. 특히, 아리스토클레스의 단편 C는 복잡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적 토막글이다. 이것에 대한 해석에는 주관적(인식론적) 해석과 객관적(형이상학적) 해석이 존재하는데, 전자의 입장을 대표하는 연구자로는 E. 젤러가 있고, 후자의 입장을 대표하는 학자로는 연구자로는 S. H. 스바르브손과 R. 베트 등이 있다. 그런데, 주관적 해석을 강조하게 되면 피론의 회의주의와 피론주의와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텍스트를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객관적 해석을 강조하게 되면, 텍스트를 해석하는데 있어서는 논리성을 확보할 수 있으나, 피론의 회의주의와 피론주의와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노출된다. 이에, 필자는 객관적 해석 또는 형이상학적 해석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피론을 회의주의자로, 그리고 피론의 회의주의를 피론주의와 연속하는 철학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