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카뮈는 그의 잘 알려진 철학적 에세이『시지프 신화』에서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판단 때문에 사람들은 자살한다고 진단하고, 삶의 부조리가 과연 사람들에게 자살을 명하는지 검토하는 것을 이 책의 핵심 과제로 제시한다. 이 주제를 다루면서 카뮈는 인간에게 확실하지 않은 초월적인 것에 의존하여 삶에 의미와 희망을 부여하지 않고도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능한지에 특별한 관심을 갖는다. 카뮈는 삶이 무의미하면 할수록 더 잘 살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한정된 시간의 삶 속에서 특정 가치에 매몰되지 않고 가능한 한 가장 많은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삶을 이상적인 삶의 모델로 제시한다.BR윌리엄 제임스는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라는 논문에서 카뮈와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에 자살을 생각한다고 진단한다. 그런데 제임스는 카뮈처럼 삶의 무의미가 사람들을 자살로 인도한다고 단순하게 말하는 대신, 자살의 원인은 종교적 질병으로서의 염세주의에 있다고 말한다. 필자가 봤을 때, 자살의 원인을 이렇게 설명함으로써 제임스는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한 답을 추구하면서, 카뮈의 입장과 구별되는 두 가지 독특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첫째, 제임스는 카뮈처럼 삶의 부조리에 맞서는 것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증적 심리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삶의 의미를 되찾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둘째, 제임스는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기 위해서는 현 세상에서의 고통과 역경을 유의미하게 만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초월적 세계에 대한 종교적 믿음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카뮈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초월적 세계에 대한 믿음은 불확실한 세계에 의존하여 구원을 호소하는 것이지만, 제임스의 경우 이러한 세계에 대한 믿음은 그 믿음을 통해 우리 인생이 더 살 만한 가치가 있게 된다면 정당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