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공맹유학에서 도덕 감정과 평정심이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에 대해 분석함으로써 그 윤리학적 함의를 밝힌다. 감정 혹은 정념이 마음에 혼란을 일으켜 평정심을 깨트리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를 갖고 있는 일부 철학자들이 있다. 스토아 학파의 아파테이아(apatheia)나 도가의 무정(無情) 사상에 의하면 감정은 삶에 혼란을 몰고 오므로 통제하거나 제거 해야할 대상으로 비판받는다. 이러한 입장은 우울, 분노, 두려움 등 부정적 감정이 지나치게 강하면 심리적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감정이 좋은 삶을 얻는데 기여한다는 사실에 대해 소홀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들과 달리 공맹유학에서는 적절한 감정의 발현을 통해 더욱 안정적인 심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의예지 등의 덕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보는 도덕 감정에 기초한 윤리학을 추구한다. 공자와 맹자는 효, 공손, 연민, 부끄러움, 미움, 존중심, 양보심 등이 유덕자에게 반드시 요청되는 요소라고 봄으로써 감정과 덕의 상관성에 주목하는 도덕 심리학을 전개한다. 공맹유학의 평정심을 대표하는 불혹(不惑)과 부동심(不動心)은 옳음에 대한 인지뿐만 아니라 옮음과 관련한 느낌이 적절하게 발현됨으로써 얻을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맹자는 북궁유, 맹시사, 고자 등이 채택한 용기와 부동심에 대해 의(義) 인식이 미흡하다고 비판함과 아울러 유가철학적 관점에서 도덕 감정에 기초한 평정심 이론을 그 대안으로서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