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선문논쟁(禪門論爭)이란 조선 후기 고승이었던 백파 긍선(白坡亘璇)과 초의 의순(草衣意恂)사이에서 촉발된 선(禪)에 대한 교리논쟁으로 삼종선(三種禪)과 이종선(二種禪)에 대한 논쟁이 그 핵심을 이루며, 이후 무려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두 선사의 제자들을 통해서 이어져 나갔다. 18-19세기 한국유학에 ‘인물성동이(人物性同異)논쟁’이 있었다면, 불교계에는 ‘삼종선-이종선 논쟁’이 있었던 것이다. ‘삼종선-이종선’에 관해서는 많은 논쟁거리가 있지만, 본 논문에서는 먼저 백파의 삼종선의 내용과 출현 배경에 대하여 소개한 후, 초의가 삼종선을 비판한 쟁점과 요지가 무엇인가를 살펴 볼 것이다. 이를 통해 ‘초의의 삼종선 비판은 과연 타당한 것인가?’하는 문제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백파는 『선문수경(禪文手鏡)』을 통하여, 삼종선을 주창하는데, 삼종선이란 선을 그 경지에 따라 ‘조사선(祖師禪), 여래선(如來禪), 의리선(義理禪)’의 세 종류로 나누어 보는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반면, 초의는 『선문사변만어(禪門四辨漫語)』를 통하여 백파의 『선문수경』을 반박하고 있는데, 먼저 백파의 설을 소개한 후 자신의 비판을 가하는 형식을 띄고 있다. 모든 선어록의 말들을 인위적으로 삼종선의 하나에 배대하려한 백파의 시도는 지나친 점이 있으며, 초의의 지적대로 선의 본래정신을 훼손한 면이 있다고 보여 진다. 그러나 언어와 논리를 떠나 본래면목을 곧장 깨닫고자 하는 선의 특성상 그 깊고 얕음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백파의 삼종선은 분명 가치가 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