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사회생물학: 새로운 종합』을 출간하면서 진화론을 통해 도덕을 남김없이 설명하겠다고 한 윌슨(Edward Wilson)의 공언은 격렬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그 와중에 루즈(Michael Ruse)를 포함한 일부 진화론자들은 윌슨의 단언적인 언급에 살을 붙이기 위해 노력했음에 반해, 대개의 경우 순수 윤리학자들은 윌슨의 주장을 터무니없는 것으로 일축했다. 이러한 논쟁에서 대체로 승리를 거둔 쪽은 후자인 듯하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아무래도 전문적인 윤리학자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논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전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회생물학적 접근이 전혀 무의미한 것만은 아닌데, 윤리학자인 싱어(Peter Singer)는 사회생물학의 성과를 일부 수용한다. 그는 사회생물학에서 말하는 생물학적 이타성을 도덕의 기원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바탕으로 관습 윤리와 보편윤리가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언뜻 보기에 도덕 발달사에 대한 서술에 그치는 듯이 보이는 이러한 설명은 사회생물학만으로 다양한 도덕 문제에 접근해 보고자 하는 입장을 대체할 수 있는 듯하다. 이 글에서 필자는 싱어의 입장을 진화론적 접근의 대안으로 간주하고, 이를 도덕 직관을 둘러싼 메타윤리학의 논의에 적용해 보는 시안(試案)적 제안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