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우리의 믿음, 욕구, 의도 등은 주관적인 성격을 갖는다. 예컨대, 우리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에 대하여도 주관적으로 믿고, 생각하고, 욕구하고, 의도할 수 있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상은 이러한 심적 태도의 내용이 외적 세계와 독립적으로, 즉 순수히 개인 내적으로 결정된다는 내재론적 직관을 이해할 수 있게 하여준다. 심성 내용이 내재적으로 결정된다는 전통적 견해는 그러나 버지(T. Burge)에 의해 촉발된 소위 심성 내용 외재론 논의에 의해 오늘날 심각하게 도전을 받고 있다. 버지는 퍼트남(H. Putnam)이 제시한 의미 외재론 논증을 응용하여, 의미뿐 아니라 심성 내용 역시 필연적으로 외적 세계의 인과적, 사회적 관계에 의존한다고 주장한다. 본 논문은 이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구체적으로, 이러한 주장을 위해 버지가 제시한 형태의 외재론 논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지 않음을 보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본 논문은 우선, 심성 내용 외재론 논증이 전형적으로 어떤 형태를 취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이를 통해 심성 내용 외재론이 궁극적으로 의미론적 근거에 토대하고 있다는 것을 보일 것이다. 다음으로, 심성 내용에 대한 언어적 기술이 심성 내용을 결정하고 이해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지 또는 충분한 조건을 이루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한다. 이 검토를 통해 결국 언어적 기술은 심성 내용을 결정하고 이해하기 위해 필요하지도 충분하지도 않음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결론적으로 심성 내용 외재론이 제시하고 있는 의미론적 근거는 이 이론이 주장하는 외재론적 견해를 뒷받침할 적절한 근거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내 보여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