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논문은 명대 왕양명의 심에 보이는 심의 신성神性과 성성聖性을 규명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필자는 왕양명이 말하는 심에는 신성과 성성이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규명함으로써, 먼저 그가 말하는 심에는 궁극적 실재가 내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며. 다음으로 그 궁극적 실재가 왕양명의 심이 종교적인 의미를 지니게 한다는 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는 본 논문에서 왕양명의 이러한 심을 신성과 성성으로 나눠서 검토함으로써, 심에 궁극적 실재가 내재하고 있고, 그러한 심이 종교적인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살펴본다. 왕양명은 심의 신성에 대한 정당성을 보장받기 위하여 심의 권위를 하늘ㆍ상제ㆍ천명과 같은 위치에 둔다. 왕양명이 심과 하늘ㆍ상제ㆍ천명을 동일시함으로써, 심은 자연적으로 생리적ㆍ심리적ㆍ피동적ㆍ유한적인 차원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심은 초월적인 궁극적 실재가 존재하는 형이상학적 본체로서 궁극적 진리와 지혜의 원천이 된다. 이러한 심의 신성은 주로 두 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하나는 우주 자연의 모든 이치를 담고 있는 심이라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천지만물을 순리적으로 인식하고, 그들에 대해 천리天理의 지혜를 창출해내는 심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두 가지 측면에서의 심의 신성을 살펴봄으로써, 심에 궁극적 실재 혹은 궁극적 진리가 내재하고 있다는 점을 밝힌다. 심의 성성에 대해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첫째 ‘마음이 순수한 천리의 상태에 있다[心純乎天理]’는 것이 곧 성스러움[聖]이라는 것이며, 둘째 ‘생각이 성스러움을 만든다[思曰睿, 睿作聖]’는 것이다. 첫째는 주체가 마음을 순수한 천리의 상태가 되도록 함으로써 하늘이 부여한 궁극적 실재인 성性을 회복하고 실현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지가 바로 성스러움[聖]을 얻은 경지라는 점을 밝힌다. 둘째는 양지에서 발하여 작용하는 생각[思]은 천리 아닌 것이 없으며, 이것은 곧 성스러움[聖]을 만들어 내는 동인이라는 것을 밝힌다. 따라서 하늘의 천명인 양지를 실현하게 되면, 성스러움[聖]은 자연히 나타나게 된다는 것을 살펴본다. 결론적으로 왕양명에게 있어서 오로지 심이 절대자이고 삶의 최고의 심판관이다. 왕양명의 이런 심에 대한 인식과 믿음은, 초월적인 신이나 인격신을 믿는 자가 어느 날 별안간 종교적인 체험을 하고 나서 그의 삶과 인생관이 완전히 바뀌는, 그런 종교적인 고백과 같은 확신에 차 있는 것이었다. 왕양명은 심에 궁극적 실재[天理]가 내재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통찰한 것이다. 왕양명이 볼 때, 그 궁극적 실재는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게 하고, 인간과 인간이 서로 사랑할 수 있게 하고, 인간과 우주가 하나가 되게 하는 궁극적 진리와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심 안의 궁극적 실재ㆍ궁극적 진리를 깨닫게 됨으로써, 그는 심의 완전한 진리와 지혜를 신앙하게 되었고, 그러한 심을 통해서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도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따라서 왕양명의 심에 대한 확신은 유신론자가 신과 신의 계시를 확신하는 그런 신앙적인 믿음과 서로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왕양명은 유신론적인 신의 타자성이나 영적 타계성을 목표하고 설정하지 않았을 뿐이지, 심 안의 절대자ㆍ심 안의 궁극적 실재를 확신하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