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올바른 입법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법률』의 논의 중 주연 제도에 대한 아테네 인의 설명은 1, 2권의 대부분의 분량을 차지할 정도로 방대하다. 그럼에도 기존 『법률』 연구에서 주연 제도에 대한 논의는 마땅한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 글에서는 주연 제도가 ‘공동체의 자발적인 조화’(symphōnia)라는 입법의 목표를 위해 법률이 교육의 기능을 한 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예증이라고 주장한다. 플라톤은 주연 제도를 통해 법률이 교육의 역할을 해야만 한다는 점과 함께 그 역할이 어떻게 수행되는지는 물론, 공동체의 조화와 우애라는 입법의 목표가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 ‘교육’의 의 미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국가』에서의 ‘혼의 전환’으로서의 통치자 교육이 아닌, ‘전체 적인 덕’의 추구를 위한 교육이며, 이는 다름 아닌 법률의 내용을 따르는 것이 좋음을 아 는 것, 즉 절제(sōphrosynē)의 함양을 위한 교육이다. 시민들은 현명한 통솔자가 감독하 는 주연에서 술에 취함(methē)이라는 사태를 통해 고통과 쾌락을 이겨내는 경험을 해볼 수 있는데, 이러한 안전한 훈육을 통해 입법가들은 법률의 가르침을 전달한다. 디오니소스 제전 중에 열리는 주연은 특히 나이가 들어 법률의 설득으로부터 멀어지게 되는 시민들을 다시금 훈육하는 기능, 즉 ‘올바른 교육의 보존’이라는 기능을 갖는다. 주연의 참석자들이 술을 마심으로써 경직된 혼의 상태로부터 벗어나 기꺼이 통솔자의 가르침을 따르게 되어 모임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전체 구성원들 간에 한마음 한뜻(homonoia)이 이루어지 며 결과적으로 친애(philia)가 생기게 된다. 마치 주연의 구성원들이 현명한 통솔자를 자발 적으로 따라 주연이 성공적으로 행해지는 것처럼, 나라의 구성원들도 법률을 자발적으로 따르면 전체 시민들 사이에는 평화와 우애가 생기게 될 것이다. 따라서 주연 제도는 법률의 교육 기능이 작용하는 방식을 보여줌과 동시에 입법의 목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법률』 전체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