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노자』에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가치(A)가 아닌 그 반대 가치(∼A)를 지켜야 한다는 역설적 주장이 다수 등장한다. 이러한 상식에 반하는 주장에 대해 ∼A를 지키는 것은 궁극적으로 A를 얻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제기되었지만, 이러한 해석은 노자가 전제하는 상반개념의 순환에 배치된다는 문제가 있다. 노자의 역설은 노자사상이 전개된 시대가 과도한 욕망이 초래한 혼란의 시기였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한다. 따라서 A가 과도한 상태에서 ∼A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A에 머물라는 뜻이 아니라 A의 과도함을 줄여 A와 ∼A가 순환하는 진폭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뜻을 지닌다. 무위통치 역시 노자 역설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통치자는 도와 같이 무위해야 하는데, 도의 작용방식은 드러나지 않아 파악할 수 없기에 무위통치는 A를 하지 않거나 ∼A를 하라는 부정적 방식으로 제시된다. 이 역시 과도한 통치행위가 전제된 상황에서 과도함을 덜라는 요구인 것이다. 무위통치는 통치자의 과도함을 덜어 백성이 적절한 진폭으로 순환하는 안정적 삶을 살게 하고, 이는 결국 권력 지속의 기반이 된다. 노자의 역설과 무위통치는 적정선을 지향하며 비상식적 표현을 빌려 혼란을 초래한 과도함을 줄일 것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주장이다. 노자의 역설과 무위통치가 갖는 의의는 바로 이 강력한 비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