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이 글은 유럽의 통합과정이 한반도 통일과정 인식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했다. 통합과 통일의 개념과 역학의 차이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럽통합의 목표, 방향, 접근, 지속 등의 차원으로 좁혀서 보면, 한반도 통일과정 인식에 주는 일정한 시사점이 있었다. 흡수통일을 배제한 국가연합제는 이념과 체제가 다른 남북한이 우선 접근할 수 있는 현실적인 통합목표이다. 남북한은 작은 쟁점에서부터 구심점을 형성하도록 하고 상호 합의된 분야별 제도들을 서로의 사회·경제적, 정치적 삶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확장해 가야 한다. 협상과 협력, 하부구조와 제도 마련 등을 위한 정부간 역할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남북한은 정부간 합의를 유지하면서 부분적인 면에서부터 초국가적 역할을 모색하는 부분통합을 점진주의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정치분야에서의 단계적·점진적인 접근을 통해 정치분야로의 파급효과를 추구하며, 역류 및 지체효과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와 정치관료의 역할을 중시하는 기능주의와 신기능주의적 접근방식은 대북접근의 기조로서 여전히 유용하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1970년대 이후 남북관계에서 순환적으로 나타났던 것이기도 하다. 6.15 공동선언은 1991년 기본합의서의 신기능주의적 접근방식을 복원한 의미가 있으며, 2007년 10.4선언은 6.15 공동선언의 부문별 확대를 추구하면서 신기능주의적 접근의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6·15 공동선언 이후의 남북관계 변화는 일련의 규칙과 관행의 축적을 통한 제도적 역할의 증대, 다층적인 남북관계 구조의 형성, 남북한간 새로운 정체성의 형성과 공동의 규범을 증가시키려는 노력의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 이러한 과정을 발전시켜가는 것은 통합의 비용을 줄여가는 의미도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유럽통합의 사례를 통해 한반도 통일과정 인식의 기조를 확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교육의 인식적 기초로서 활용 가능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