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철학은 중립성과 보편성이라는 이름으로 이성, 정신, 문화, 남성을 특권화하고 표준화하며 그 타자로서 감성, 몸, 자연, 여성을 주변화하고 차별해 왔다. 이러한 차별화와 주변화 중에 대표적인 것이 복식이다. 복식은 여성들이 자신의 성적인 특성을 ‘보여주는 ’ 것에만 몰두하는 하찮고 피상적인 영역이라는 것이다. 이 글은 이러한 철학의 흐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중립적이고 수수한 의상으로 알려진 남성정장수트(suits)의 탄생과 발전을 통해 복식에 대한 철 학적 오인의 구조를 폭로하고자 한다. 이 때 철학적 오인이란 전통(남성)철학이 주장해 온 이론적 인식 주체와 달리 현실에서의 남성주체는 복식을 통해 남성적 힘과 가부장적 권력을 보여주는 수동적 실천을 해왔음을 은폐하거나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음을 말한다. 그러므로 이 글의 목적은 철학적 오인, 즉 철학적 이론의 절대주체와 현실적 남성복식주체 간의 모순을 폭로함으로써 남성정장이 은폐하고 있는 남성 절대주체의 위상을 축소시키고, 동시에 절대주체에 의해 억압받아 온 여성 주체를 회복시키고 재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철학적 오인의 구조 첫 번째 출발지점은 이성중심주의적인 철학적 남성주체가 이상적인 자아상으로 인해 복식에 있어서 자신은 보되 보이지 않는다고 이론화(착각)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남성정장수트에는 ‘보여짐 ’을 통한 권력의 행사와 성적과시나 성적호소가 은폐되어 있다. 철학적 이론과 달리 실제에 있어 여성들보다 보다 더 철저하게 권력과 성적 특성을 행사한 것이 남성 복식이다. 특히 남성정장수트는 지금까지의 수수하고 기능적이라는 관습적 평가와 달리 그 어떤 복식보다도 권력과 성적 특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현실복식의 특성과 달리 철학은 이론적으로 세계와 타자를 인식하는 주체로만 남성자신을 설정해 왔다는 점에서 철학적 오인을 범하고 있다. 나아가 철학적 오인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복식을 전적으로 여성들만의 허영심의 발로인 것으로 폄하하고, 복식에 여성적 혐의를 덧씌우면서 복식을 철학적 탐구대상에서 배제해 왔다. 그러므로 이 글은 철학적 오인을 폭로함으로써 ‘보기 ’만 하는 절대주체를 해체하고, 남성도 여성도 보는 동시에 보이는 자기의식적 주체임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