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고는 칸트 초월철학이 성취한 코페르니쿠스적 전회의 첫 장면을 이루는 직관의 순수형식으로서의 시간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이 개념을 질 들뢰즈가 자신의 시간 개념 안에 수용하고, 심지어 자신이 내세우는 아이온의 시간성을 ‘시간의 형식’이라는 용어로 지칭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우리는 어떤 점에서 들뢰즈의 시간 개념이 초월적 감성학에서의 시간의 형식을 계승하는지를 소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칸트의 시간 형식 개념은 첫째로, 시간이 외부 사물들의 운동에서 발견되지 않음을, 둘째로, 시간은 따라서 잇따름(succession)이라는 경험적 시간으로 나타나기 전 순수 형식일 뿐임을 함축한다. 또한 셋째로, 이 형식이 외적 현상들에 적용되어 그것들이 비로소 시간상에서 나타나게 됨을 의미하며, 들뢰즈는 이를 ‘운동’은 ‘시간’에 종속되어 있다고 표현한다. 본고의 분석은 들뢰즈의 시간의 형식이 이 세 가지 계기를 정확히 취하는 동시에, 그 각각에 완전히 새로운 해석들을 주입하고 있음을 밝힐 것이다. 따라서 자신이 철학사를 활용하는 방식은 한 철학자의 괴물과도 같은 사생아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들뢰즈의 언명에 대한 하나의 생생한 예증을 제시하는 것은 또한, 본고의 주요 목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