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철학에서 ‘理到’의 문제

THE JOURNAL OF ASIAN PHILOSOPHY IN KOREA 38 (38):115-15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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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tract

이 글은 退溪 철학 연구자들 사이에서 ‘理의 능동성’ 테제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논거로 활용되고 있는 ‘理到’설을 분석한 글이다.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리의 능동성’에 대한 긍정이 퇴계 철학의 특징이라고 주장하였다. 尤庵이 퇴계의 ‘理到’설을 ‘理活物說’로 매도할 때와 마찬가지로 현대 연구자들 사이에서 퇴계의 ‘理到’설은 理가 물질적 매개 없이 시공간을 이동한다는 의미로까지 이해되곤 한다. 우암은 퇴계가 理에는 情意ㆍ計度ㆍ造作이 없다는 기본 전제를 어겼다고 비판하였고 반면 현대 연구자들은 이를 두고 퇴계가 理의 절대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린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평가하였다. 理를 無爲之體와 至神之用로 구분하는 방식이 주자의 格物致知說에서는 보이지 않는 내용이기 때문에 비판과 칭송이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식 과정에서 인식 주체가 인식 대상 안으로 시공을 이동하여 들어가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인식 대상의 理가 물질적 매개없이 시공을 이동해 인식의 주체로 들어오는 것도 아니다. 주자나 퇴계의 설명에 따르면 형이하의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현상은 理의 顯行이다. 나의 인식 능력이 작동하여 타자에 대한 인식이 이루어지면 그것은 바로 나에게 내재된 理가 顯行한다고 말할 수 있다. 저 개체 속의 理가 이 개체 속으로 시공을 건너뛰어 이동할 필요가 없으므로 尤庵이나 현대 연구자들의 해석은 퇴계의 본의를 벗어나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현대 연구자들 중에는 퇴계가 말한 ‘리의 능동성’이란 시공간의 능동성이 아니라 초월적 능동성 내지 형이상학적 능동성을 지칭한다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으나 그 의미가 매우 모호하다. ‘天道流行’과 같은 서술은 理의 실재성을 강조한 표현이지 理가 특정한 의지를 가지고 형이상의 세계에서 자유롭게 이동한다는 뜻은 아니다. 말하자면 ‘動靜의 理’가 動靜의 현상에 先在한다는 주장이며, 이때 ‘動靜의 理’는 動靜이라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일 뿐이지 물리 세계의 動靜에 ‘원인’으로서 작동한다는 설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월적 능동성이나 형이상학적 능동성이라는 말도 주자나 퇴계의 理 개념을 설명하기에 적절해보이지는 않는다. 퇴계의 ‘理到’설은 格物致知를 통합적으로 설명한 『大學或問』의 내용을 근거로 物格을 독립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약간의 ‘不自在’한 점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理는 死物이 아니다’라는 그의 주장은 ‘天道가 流行하여 만물을 發育한다’라는 주자의 존재론을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었다. ‘리의 능동성’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통해 주자 철학과 퇴계 철학 사이에 애써 간극을 만들려고 하는 현대 연구자들의 시도는 유효하지도 않을뿐더러 퇴계의 전체 철학이 그것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볼 때 철학적인 의미도 큰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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