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tract
본 서평은 루이스 화이트 벡의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주해』가 우리말로 번역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작성되었다. 주지하다시피 영미권의 칸트 연구에서 실천철학, 특히 『도덕형이상학 정초』가 아닌 『실천이성비판』 자체에 대한 관심이 시작된 것은 기껏해야 1960년대 이후이며, 우리나라에서 칸트윤리학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1990년대 이후부터라는 사실을 감안해 보면 칸트 실천철학에 대한 연구사가 결코 길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한 가운데 이 책은 칸트 실천철학 연구자들에게 거의 고전의 반열에 오른, 교과서와 같은 저술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칸트 윤리학 연구자들은 벡에 동의하든, 벡에 동의하지 않든, 벡의 『주해』를 중심으로 연구사적인 흐름을 추적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교과서가 영미권에서 이미 1960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번역되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나를 비롯하여 칸트의 실천철학 연구에 입문하는 신진 학도들에게 이 번역서가 결코 피해갈 수 없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본 서평은 벡의 『주해』가 지닌 의미와 구성을 간략하게 살펴본 뒤, (본 서평자가 생각하기에) 벡의 『주해』에서 가장 중요한 논의라고 생각되는 최고선에 대한 벡의 입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이는 최고선 이론을 중심으로 벡을 이해하는 나의 주관적 입장이 많이 반영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결론부에서는 벡 이후의 주요한 칸트 연구자들이 최고선 이론에 대해 어떻게 주장해 왔는지를 간략하게 제시함으로써 최고선에 대한 벡의 논의가 이후의, 최고선을 중심으로 하는 칸트 실천철학 연구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드러내보고자 한다.